해운산업의 탈탄소화에서 찾는 위기와 기회 [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3-11-29 13:52  

이 기사는 11월 29일 13: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해운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는 '탈탄소화'였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금리 변동,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친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2023년 7월 열린 IMO의 MEPC(Maritim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제80차 회의 결과는 다시금 해운업계에서 탈탄소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MEPC 제80차 회의는 주최되기 전부터 국제해운의 중장기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해운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본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제로로 달성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기존 목표인 2008년 총 배출량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것을 뛰어넘어 100%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세부 목표 또한 2030년까지 ‘기존 30%까지 노력’에서 ‘최소 20% 감축’으로, 2040년까지 ‘기존 80%까지 노력’에서 ‘최소 70% 감축’으로 상향되었다. 탈탄소화가 단순 노력이 아닌 절대적으로 이루어 내야 하는 목표라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의지가 엿보이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더욱 강경해진 국제사회의 기조하에 해운사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단기적으로 해운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저속 운항이다. 이 방안은 엔진 출력제한장치(EPL)나 샤프트 출력제한장치(ShaPoLi) 등을 사용, 운항 속도를 줄여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운항 속도를 17노트(시속 31㎞)에서 5% 감속하면 연료 소모량이 평균 12% 감소하며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방안은 같은 양의 화물을 동일한 시간에 운송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박의 출력을 제한하게 되면 엔진에 부담을 주어 선박의 노후화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선속 감소만으로는 탈탄소화에 대응이 충분하지 않으며, 항로 최적화 기술과 고효율 프로펠러 등을 결합하여 저속 운항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안은 연료 전환이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연료를 탄소 중립적인 대안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메탄올, 암모니아가 대표적인 대체연료로 꼽힌다. 실제로 대형 글로벌 해운사를 중심으로 노후선을 대체 연료 선박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발주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LNG 추진선이다. LNG는 이미 많은 생산 및 공급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연료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메탄슬립 현상으로 인해 온실가스 저감률이 낮아 친환경 대체 연료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으로 주목을 받는 메탄올은 LNG와는 달리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여 초저온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않으며, 낮은 독성과 높은 운반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생산 단가가 비싸 경제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메탄올 내에 탄소가 포함돼 무탄소 연료로 분류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암모니아는 연소 반응 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 대체연료로 평가되지만, 기술적 한계와 독성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상용화에는 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통해서도 탈탄소화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은 빅데이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이 탑재되며, 다양한 해상 환경을 스스로 파악하고 판단하여 운행하는 차세대 선박을 의미한다. 자율운항 선박은 각종 항해장비와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를 종합하여 선박이 최적의 항로와 적절한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는 경제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연료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탈탄소화에 절대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우며, 앞서 이야기한 저속 운항, 연료 전환 등과 결합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탈탄소화 기조는 최근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해운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탈탄소화로 가기 위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해운사들의 앞길이 더욱 어두운 현실이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의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는 말처럼 이러한 환경 변화는 해운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친환경 기술과 새로운 전략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해운사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변화의 길을 해운사 혼자 걸어가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저속 운항, 연료 전환, 자율운항 선박 등의 대안들은 해운사의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중소형 해운사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하에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선박 금융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우리 해운사가 기회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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